썬크루즈호텔 9층 전망대에 가보면 썬크루즈역사관이 있습니다. 에어콘도 잘 나오지 않는 그 곳을 돌아보는 저의 심정은 복잡합니다.
90년대 그 시절 조선소를 불러다가 산 위에 선박형 리조트를 짓는 정도의 담대한 비전을 보여주었고, 나아가 시대에 발맞추어 비치크루즈 한 대를 더 건설하여 고급화된 복층형 리조트 그리고 프라이빗 비치를 만들어보려고 했죠. 대단합니다.
그러나 실제 겪어본 디테일은 좀 다르더군요. 뜬금없이 있는 기념품점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번잡스러움을 떠오르게 만들고, 80년대의 미적 감각으로 가득한 조각공원에서는 고급스러워지고싶다는 당시의 조급함이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조식의 부페메뉴는 뭔지 모를 아쉬움이 가득하고, 고급을 추구한 비치크루즈의 객실은 철없는 아이들이 긁어놓은 벽지와 깨진 타일로 낡아만 갑니다.
굳이 썬크루즈 숙박객의 통행을 막아놓은 구름다리도 의미없이 괜스레 불편함만 느껴지구요.
백만불짜리 일출 뷰를 가진 이 놀라운 컨셉의 리조트가 기지개를 못켜는 것 같아서 제가 다 괜스레 안타깝습니다. 뭔가.. 무언가를 더 해야할거 같은데.. 그게 뭔지 저 또한 과문하여 모르겠습니다.